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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벽에서의 위상학적 홀 효과

Topological Hall effect in magnetic Domain Wall



이 논문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원래 정지해 있는 자구벽에서는 위상학적 홀 효과가 나오지 않는데, 자구벽이 움직일 때는 그것이 나올 수도 있다”


이 결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만 이해하면 된다.
1. 도대체 위상학적 홀 효과가 무엇인가?
2. 자구벽이 움직이면 도대체 뭐가 바뀌길래 안 나오던 효과가 나오게 되나?


-위상학적 홀 효과 (topological Hall effect)-


홀 효과 (Hall effect)라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전자가 x방향으로 이동할 때, 자기장을 z방향으로 걸어주게 되면 전자는 y방향으로 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로렌츠 힘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럼 위상학적 홀 효과는?

간단히 이야기 하면 홀 효과와 같이 전자가 이동하다가 휘는 현상인데, 그 원인이 자기장이 아니라 “위상 (topology)” 때문에 휘는 효과라는 것이다. 그럼 “위상(topology)”은 뭐지?

위상의 개념은 우리가 흔히 도넛과 컵으로 잘 이해하고 있다.


그림 출처 : https://math.stackexchange.com/questions/2258389/how-can-a-mug-and-a-torus-be-equivalent-if-the-mug-is-chiral

위 그림과 같이 “연속적인 변형을 통해서” 서로 변환되게 된다면 이는 위상학적으로 동등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도넛과 컵은 위상학적으로 동등하다. 둘 다 구멍이 1개 있으니까). 그럼 자성학에서는 위상을 어떻게 이해할까? 한마디로 설명을 하자면, 자성체에서는 “real space에서 order parameter space로의 자화 벡터의 mapping”으로 위상을 정의한다. 간단한 예로 vortex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아래 그림에서 원주를 따라 있는 화살표가 자화이다. 원을 따라서 한 바퀴 돌 때, 화살표(자화)의 방향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자. 가장 왼쪽의 경우는 원을 따라 한 바퀴 돌아도 화살표는 한 바퀴 돌지 않는다 (그래서 winding number w=0으로 정의한다). 가운데의 경우 원을 따라 한 바퀴 돌았을 때, 화살표도 정확히 한 바퀴 돈다 (w=1이다). 오른쪽의 경우는 원을 따라 한 바퀴 돌면 화살표는 두 바퀴를 돌게 된다 (w=2). 이 때, winding number를 topological number라고 정의를 하고, winding number가 같다면 위상학적으로 동등하다고 한다. 위상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은 연속적인 변형을 통해서 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왼쪽의 두 개의 자화구조, 가운데 두 개의 자화구조는 서로 연속적으로 변환된다).


그림 출처 : Hans-Benjamin Braun, Advances in Physics 61, 1 (2012)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스커미온 (skyrmion)의 경우 2차원 real space에서 3차원 order parameter space로의 mapping에 해당한다. 아래 그림과 같이 스커미온에 있는 자화(화살표)를 구의 표면에 mapping시키게 되면, 정확하게 구의 표면을 고슴도치처럼 꽉 채우게 된다.


그림 출처 : Journal of Applied Physics 115, 172602 (2014)

이 때 winding number에 대응하는 숫자는


$$ S = \frac{1}{4 \pi} \int \vec{m} \cdot \left( \partial_x \vec{m} \times \partial_y \vec{m} \right) dx dy $$

와 같이 정의되는데, 이것이 바로 topological number가 된다. 스커미온의 경우 topological number는 1 혹은 -1이 되는데, 이 말은 화살표가 구의 표면을 꽉 채운다는 것이다 (구의 절반만 채우게 되면 topological number가 +1/2 혹은 -1/2이 된다).

Topological number가 0이 아닌 finite한 값을 가지게 되면 위상학적 홀 효과(topological Hall effect)가 나오게 된다. 간단히 얘기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스커미온이 존재하는 경로를 지나는 전자는 그 방향이 휘게 된다는 이야기다. 외부 자기장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자의 경로가 휜다는 것이다.


그림 출처 : N. Nagaosa, et al., Nat. Nanotech 8, 899 (2013)

언뜻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효과이다. 전자가 스커미온 구조를 통과하게 되면, 전자의 스핀이 스커미온의 각 영역 스핀을 따라갈 테니, 한 바퀴 회전하긴 할 텐데, 그렇다고 경로가 왜 휘어야 하는지는 참 이해하기 어렵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리 위상(Berry phase)를 이해해야 하는데, 아래 그림처럼 북극에서 적도를 한번 돌아오면 위상(phase)이 바뀐다는 것에 기인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우리말로는 모두 위상이라고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topology와 지금 이야기 하는 phase는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둘이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이제부터는 우리말보다는 영어로 topology혹은 phase라고 써 보자.



phase라는 것은 파동에서 정의되는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듯이 파동은 마루가 있고 골이 있다. 파동의 가장 큰 특징은 중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입자 두 개가 부딪히면 서로 튕겨나가지만 (당구공의 충돌을 생각해보라), 파동 두 개가 부딪히면 서로 합쳐진다 (연못 위에 돌맹이 두 개를 던지고 물결을 관찰해보라). 파동은 중첩이 되기 때문에, 회절이나 간섭과 같은 현상을 보인다. 흔히 알고 있듯이, phase가 같은 두 파동이 만나면 보강간섭이 일어나고, phase가 90도 다른 파동이 만나면 상쇄간섭이 일어난다. 결국, 파동의 phase에 따라서 파동이 사라질 수도 있고, 증폭될 수도 있다. 이게 바로 phase가 중요한 이유이다. 또한 우리가 두 개의 파동을 만들고, 둘 사이의 phase를 적절히 조절하면 파동의 진행 방향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방향을 바꾼다? 이건 사실 우리 최근 논문을 보면 알 수 있다 (Song et al. Phys. Rev. Applied 11, 024027 (2019)). 아래와 같이 파동의 phase를 순차적으로 바꿔주면 파동의 진행방향을 임의로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전자가 스커미온과 같은 구조를 지나게 되면, Berry phase가 생기게 되고, 이렇게 생긴 phase로 인해 그 경로가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떠올려야 할 중요한 개념이 바로, “전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다” 라는 드브로이 정리이다. 전자를 파동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그 경로가 바뀌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topological number가 0이 아닌 구조를 지나게 되면, 전자는 Berry phase가 생겨 그 경로가 휘게 된다. 이것이 바로 topological Hall effect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두 번째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 왜 topological Hall effect는 자구벽이 움직여야만 나오는가?


자구벽을 1차원에서 단순히 나타내면 아래 그림과 같다.



단순히 up에서 down으로 바뀌는 구조이고, 이 구조에서는 앞서 스커미온에서 정의한 topological number가 0이 된다. 즉, topological Hall effect가 나올 이유가 없다. 그런데 자구벽은 실제 1차원이 아니라 2차원에서 존재한다 (원자 하나를 이어서 1차원으로 만들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소자는 폭을 가지기 때문에 거의 항상 2차원이다). 2차원에서는 아래 그림과 같이 자구벽 내부에도 복잡한 스핀 구조가 존재할 수 있다 (이걸 vertical Bloch line (VBL)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VBL의 topological number를 계산해보면, 1/2이 나온다 (아래 그림에서 VBL의 자화를 구 표면에 mapping하면 정확히 절반이 꽉 차게 된다). 따라서 VBL이 존재한다면 topological Hall effect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럼 VBL이라는 것은 언제 존재하나? 바로 자구벽이 이동할 때 발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구벽이 이동하게 되면, topological Hall effect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자구벽이 움직이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이다. 보다시피 자구벽이 움직일 때는 pinning으로 인해 지렁이처럼 휘게 되고, 휘는 곡점마다 VBL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발생한 VBL은 아래 그림처럼 skyrmion의 절반인 half skyrmion과 같은 구조를 가지게 되고, topological Hall effect를 준다.



여기까지 읽고 이해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잘 생각해보면… 정말 엄밀하게 생각해보면… DW내부에 VBL이 생길 때는 항상 쌍으로 생기게 된다. 이 때 생기는 VBL쌍은 topological number가 +1/2, -1/2이 된다. 따라서 VBL이 생긴다고 해도, 발생한 topological Hall effect를 평균내면 0이 되어 버린다. 즉, 자구벽의 이동에서 topological Hall effect가 나온다고 하는 것은 뭔가 symmetry가 깨져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이런 symmetry breaking을 줄 수 있나? 그것이 바로 DMI (Dzyaloshinskii–Moriya interaction)이다 (DMI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궁금하면 나를 찾아오라).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 DMI를 바꿔가면서 시뮬레이션을 해 봤고, 그 결과 DMI가 강해질수록 topological Hall effect가 커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래 그림).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DMI가 존재하는 시료에서 자구벽이 움직이게 되면, VBL이 비대칭적으로 생겨나게 되고, 그것이 바로 topological Hall effect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논문에서 단지 시뮬레이션만 했지만, 이걸 실험으로도 할 수 있을까? 그걸 체크하려면 “발생한 topological Hall effect가 도대체 얼마나 클까?“ 를 확인해야 한다. 자구벽 실험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물질인 Co/Ni의 경우에 계산을 해보면, topological Hall effect는 약 수 μV 정도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측정을 못할 양도 아니니… 내가 실험을 좀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번 도전해 봐도 좋지 않을까?


저자 김갑진
E-mail : kabjin@kaist.ac.kr


To cite this article:
Kab-Jin Kim et al 2019 Appl. Phys. Express 12 053006
DOI:
https://doi.org/10.7567/1882-0786/ab1801